두 달 만에 돌아온 빈 둥지

    아일랜드 시간 12월 9일 저녁, 처가를 출발한 지 34시간 만에 슬라이고에 있는 저희 집에 도착했습니다. 여행으로 인한 피로와 시차 적응도 그랬지만, 두 달을 비워두었었다고 집이 이렇게도 썰렁할 수가 없었습니다. 6년 10개월 전 아이들 셋을 데리고 저희가 이곳에 처음 도착하던 날은 이날보다 비바람이 훨씬 더 세게 몰아쳤었지요. 그동안 아이들을 홈스쿨 하다 하나둘씩 떠나보내며, 하지만 여전히 격주로 주말이면 대학생 모임을 하느라 자주 북적였던 집이었는데 이제는 ‘빈 둥지’에 돌아온 차가운 느낌이 몸속으로 밀려왔습니다. 3~4일이 지나서야 집 안 전체에 온기가 다시 돌더군요.

    축복으로 가득 찬 시간들

    25년 만에 처음으로 별다른 목적 없이 단순히 가족 방문을 위해 갖은 한국 일정은 매 순간이 축복이었습니다. 2년 전 치매에 걸리셔서 당시 매우 심각한 상태였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감사하게도 많이 회복되셔서 잘 지내고 계시는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 2주기 기일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장인 장모님 그리고 다른 처가 식구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는 등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것도 모두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최전방에서 근무하던 유강이가 특별 휴가를 받아서 2년 만에 저희와 만날 수 있었고 제주도 여행까지 함께 갈 수 있었던 것도 정말 뜻밖의 축복이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로 한국 일정이 예정보다 한 달이나 길어질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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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 밖의 발견!

    아일랜드로 돌아오기 위한 출국일을 5일 남겨두고 갑자기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원발성 담관염′이라는 희귀성 간 질환 진단과 함께 간 조직검사 처방을 받았답니다. 갑작스러운 일에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이것이 하나님이 이 질환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치료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신 기회라는 것을 깨닫고 출국을 한 달 연기하고 일단 할 수 있는 추가 검사와 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감사한 것은 아직 초기 단계 증상만 있었고,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의께 진료를 받을 수 있었으며, 약물치료가 일단 효과적이었던 점이었습니다. 희귀 질환이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보험 적용률이 높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었구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저와 제 아내를 위해 종합건강검진으로부터 시작해서 원발성 담관염 치료에 이르기까지 각종 검사와 치료를 해주신 여러 의사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의 마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두사람 모두 평생 이렇게 많은 검사와 진료를 연이어서 받아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이제 이 담관염이 완치되고 제 간이 다시 건강해지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편, 반드시 3~4개월 이내에 추가 검사와 치료를 받도록 처방받았기 때문에 3월에 다시 한국을 방문해야 합니다. 마침 3월이 유강이가 제대하는 달이라는 점이 좋네요.

    때가 차매 하나님이…

    앞서 전해드린 “근원적 변화” 상편에 이어 하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특별히 그리스도인이 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한 매우 중요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되는 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방대한 내용을 매우 압축해서 써야하는지라 솔직히 서투른 글솜씨로 잘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집필을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신 것은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을 속량하시고 우리로 아들의 명분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갈라디아서 4:4)


    2천 년 전 주님께서 이 땅에 오셨었던 때도 지금 이 시대처럼 (사뭇 시대적 특성이 똑같지는 않지만) 많은 혼란과 고통이 있었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 “때가 차매” 하나님은 오래전부터 선지자들이 예언하던 구세주를 이 땅에 보내셔서 어느덧 이 땅 위에 하나님의 나라를 놀랍게 확장하기 시작하셨죠 (이사야 9:7; 다니엘 2:35, 44; 누가복음 1:32-33, 마가복음 1:15; 요한계시록 11:15). 그때를 기점으로 인류의 역사는 밤과 낮처럼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2천 년 전 하나님의 “때가 차매”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셨던 것처럼, 지금 이 시대에도 신실하신 주님은 주님의 나라를 계속해서 확장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그러한 주님때문에 ‘소망’이 있습니다.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소수의 사람이 다수의 대중을 어떻게 이끌 수 있을까요?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마태복음 5:14-16)


    때가 어두울수록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 ‘소망’입니다. 요즘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곧 코로나가 사라지고 펜데믹이 끝날 것이라는 소망, 규제가 풀리고 모든 일이 잘 될 거라는 소망, 우리 자식들이 성공할 거라는 소망… 이런 것들이겠죠? 물론 어두운 이 땅 위에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만이 참된 ‘소망’이시지요! 그리고 우리 안에 이미 그 빛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특히 다수의 대중에게 있어서 때로는 특정 소수의 사람이 ‘소망’의 통로, 심지어는 ‘소망’의 대상이 될 수가 있는데요. 모든 사람이 당장에 주님 안에 ‘믿음’을 갖지 못할지라도 사람들이 주님 안에 ‘믿음’을 갖은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던 ‘소망’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착한 행실”을 보이면, 일반적인 표현으로 우리가 ‘높은 도덕성’을 보이면, 성경에서 자주 사용하는 한 단어를 사용하자면 우리가 이웃을 ‘사랑’하면 사람들이 ‘소망’을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네요.

    이 땅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 때문에 소망으로 가득 찬 성탄입니다! 기쁜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가족을 대표해서 박주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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